3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최근 부쩍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고선 서울 종로5가를 찾아 갔다. 이른바 '탈모약 성지'로 불리는 병원들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A씨는 "탈모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을 먹어야 한다고 하는데 같은 성분이라도 제조사에 따라 가격이 몇배나 차이나 금전적인 부담을 줄이고자 성지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종로5가에 위치한 탈모약 성지로 이름이 알려진 한 병원은 탈모를 걱정하는 30~40대 남성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상당수는 직접적인 두피 치료나 시술보단 진료를 받고 6개월치씩 약을 처방받기 위한 방문이었다.
A씨는 "심각한 탈모라면 차라리 가발을 쓰겠지만 진행중인 탈모를 멈추고 유지하기 위해 약 복용을 생각했다"며 "인터넷 등을 통해 검색해보니 탈모약의 가격이 천차만별인데 성지에서는 보다 저렴하게 많은 양을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2년째 병원을 다니고 있다는 B씨는 "진료를 받고 처방전이 나오면 그때부터 약국 투어가 시작된다"며 "같은 성분의 약이라도 가격은 오리지널보단 복제약이 저렴한데 제약사마다 심지어 약국마다 판매 가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치를 처방 받아 한꺼번에 결제하는 일이 많은데 발품을 좀 팔면 몇 만원을 더 아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탈모약 성지 인근 약국을 찾아가보니 대표적인 탈모약 성분 중 하나인 '피나스테리드' 계열의 약 종류가 이곳에서만 열가지가 넘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약사 C씨는 "일단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으로 복용한 후 효과가 있으면 같은 성분의 보다 저렴한 복제약으로 옮겨타는 것도 방법"이라며 "비싼 약은 6개월치에 15만~20만원정도 하지만 요즘엔 복제약 종류가 많아져서 6개월치를 약 6만~8만원에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의학적인 이유로 생기는 탈모는 처방약 등에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유전적인 요인으로 생기는 탈모인 경우엔 모두 비급여다.
탈모 관련 전문 병원들이 많지만 탈모를 걱정하는 30~40대 직장인들이 종로5가를 성지로 추켜 세운데는 병원에서 6개월치 처방을 받고 인근 약국에서 저렴하게 약을 구매하는 비용적인 측면이 큰 셈이다.
국내 탈모인의 숫자가 1000만명에 달한다는 추산이 있을 정도로 탈모는 현대인의 큰 고민 중 하나다.
그나마 탈모인들에게 위안이 되는 부분 중 하나는 탈모약의 건강보험 적용 기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 등의 업무보고에서 "(탈모가) 옛날에는 미용 문제라고 봤는데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무한대 보장이 너무 재정적 부담이 크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을 하는 등 검토는 해보면 좋겠다"며 탈모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검토를 주문한 바 있다.
A씨는 "시니어나 여성, 청년들을 위한 정부 정책이 많은데 정작 3040세대 남성들을 위한 지원은 뭐가 있냐"면서 "탈모약의 건강보험 급여화는 3040세대 남성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