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올해는 잘 풀릴까"
2030세대 비대면 점술 열풍
# 퇴사를 고민 중이던 30대 청년 남성 김민재씨는 최근 퇴사에 대한 조언을 받고 싶어 사주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았다. 3달 넘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퇴사 문제였지만 '올해 이동운이 있다'라는 사주 풀이를 듣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취업준비생인 30대 청년 이아영씨는 요즘 하루를 타로 라이브로 시작한다. 아침에는 합격운·취업운, 저녁에는 금전운·연애운 등을 본다. 이씨가 타로 라이브에 빠진 것은 취업을 준비하며 불합격을 겪은 뒤 우연히 틱톡에서 짧은 타로 영상을 본 것이 계기였다.

병오년(丙午年) 새해를 맞아 비대면으로 신년운세를 확인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 불확실한 미래에 고민이 많아진 청년들이 삶의 위안을 얻기 위해 비대면 점집을 통해 운세를 점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30 쉬었음 청년 인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4만5000명에서 지난해 71만8000명(1~11월 평균)으로 늘었다. 70만명을 넘어선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2030 청년 인구가 약 150만명 감소했음에도 취업할 의사 없이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청년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쉬었음 청년은 취업이나 진학 준비 없이 '쉬고 있다'고 답한 비경제활동 청년 인구를 일컫는다.
청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비대면 사주 방식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 GPT'를 통해 사주를 분석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다. 챗GPT를 통한 사주풀이 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가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등을 입력하면 10초 만에 성격, 직업, 재물운, 조심해야 할 점, 행운 요소 등 인생 전반에 대한 분석이 제공된다. 이후 추가 질문을 통해 대화를 이어가며 자세한 조언을 얻을 수도 있다.
예컨대 "올해 변화 운이 있어 이직, 부서이동, 업무 재편 가능성이 있다"거나 "1월은 사주에 부족한 화(火)가 들어오는 시기이니 1~3월에 세운 목표를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좋다"는 식으로 방향을 제시해 준다.

AI 사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검색량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네이버에서 'GPT 사주' 검색량은 4390여건으로 전월보다 129.48% 늘었다. 블랙키위는 이달 말까지 GPT 사주 예상 검색량이 1만8800여건으로 전월 대비 46.80%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앱으로 사주를 보는 것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사용량 상위 6개의 사주·운세 앱의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1000만회를 넘어섰다. 청년들은 포스텔러 등 인기 사주 앱에 이름, 생년월일, 태어난 시간, 성별 등을 입력해 신년 운세를 점친다.
유튜브를 통한 타로점도 인기다. 타로점은 타로리스트가 카드를 뽑아 다섯 개의 카드 더미를 만들고 시청자에게 번호를 선택하게 한 다음 그에 맞는 풀이를 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시청자들이 간단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직접 카드 더미를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청년들이 비대면 사주에 열광하는 이유로는 높은 접근성과 즉각성이 꼽힌다.
예컨대 AI 사주는 언제 어디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개인 맞춤형 질문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직접 철학관이나 역술인을 찾아가는 것과 차별화된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돼 주변에 쉽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까지 부담 없이 물어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복채(이용료) 역시 저렴하다. AI로 보는 사주는 금액이 없거나 운세 앱을 통해 보는 사주는 커피 한 잔 값인 3000원에서 1만원 선이다. 적게는 3만~4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오프라인 점집에 비하면 실패해도 타격이 적다.

30대 재취업준비생 김민재씨는 "언제, 어디서든지 사주를 볼 수 있는 점이 비대면 사주에 가장 큰 장점"이라며 "결과가 맞지 않더라도 좋은 말을 들으면 위로가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30대 취업준비생 이아영씨도 "비대면 사주로는 주변에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까지 부담없이 물어볼 수 있다"며 "불안한 미래에 조언을 제시해주느 것이 좋다"고 전했다.
이처럼 사주나 점술은 이제 더이상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다. 청년들이 비대면 점집을 찾는 이유는 단순 호기심이 아니다. 극심한 취업난 속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위로받거나 마음을 털어놓을 곳이 필요했던 것이다. 청년 세대 사이에서 비대면 사주 열풍이 부는 것은 대한민국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