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바나나 열리는 서울
중요성 커지는 '스마트팜'
지난 추석에는 이상 기후로 사과와 배 가격이 오르더니 이번 여름엔 서울에서 바나나가 열렸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도시 농부가 10여년 전부터 기르던 바나나 나무에 4년 전 꽃이 피더니 지난해부터 과실을 맺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워지는 날씨에 맞춰 본격적으로 아열대 작물을 준비하는 곳도 많다. 올해 충북 보은군에서는 스마트팜 설비를 활용해 아열대 작물인 애플망고 재배에 성공한 농가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에서도 지난해부터 도심형 스마트팜을 운영하고 있다. 흙 대신 영양혼합액을 사용해 작물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하고 인공광(LED)을 이용해 이상기후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재배 공간을 실내에 수직으로 쌓아 올려 작은 공간에도 조성이 가능하고 물 사용 부담도 적다.
이중 지난 4월에 문을 연 '강북 스마트팜'에 방문했다. 1층은 체험 재배실과 직판장, 2층은 딸기 전문 재배실과 교육장, 3층은 엽채류 전문 재배실과 옥상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직접 방문해 본 스마트팜에는 부모님을 따라온 아이들이 다수였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견학 공간이 된 것이다.
방문 당시에는 미운영 상태였던 푸드트레일러 '푸드 카페 길가온'도 볼 수 있었다.
길가온은 강북스마트팜센터에서 재배된 작물을 활용해 만든 간편식, 디저트 등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버터헤드, 루꼴라, 프릴아이스 등 시중에선 다소 비싼 유럽 품종 채소도 냉장실에 달린 작은 키오스크를 통해 저렴하게 판매했다.
기자도 평소 좋아하는 루꼴라와 식감이 궁금했던 버터헤드를 한 봉지 1500원이라는 부담없는 가격에 구매했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자동으로 관리한다.
온도·습도·이산화탄소·토양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생산성은 늘리고 노동력과 비용은 절감한다.
온실, 수직농장 등 환경제어식 농업(CEA)을 통해 사막이나 도심 등 기존에는 농업이 어려웠던 지역에서도 작물 재배가 가능하다.
스마트팜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도심에서 작물을 키울 수 있다는 '편리함'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위기는 기온이 올라가는 '지구 온난화' 뿐 아니라 폭우·가뭄·한파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도 동반한다. 대기·해양의 순환 패턴이 바뀌며 날씨의 변동성이 커지고 예측도 어려워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집중호우로 발생한 농작물 침수 면적은 총 잠정 2만4247㏊(헥타르)로 서울 전체 면적의 약 39.6% 수준이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기후 위기가 우리 밥상까지 위협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팜은 또 하나의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필리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