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전당포 찾는 청년
최악 향하는 '금융 세태'
# "기자님, 요새 젊은 사람들이 돈을 빌릴때 전당포를 찾고 있다는 것 알고 있으십니까?" "전당포요? 보통 전당포는 시골이나 카지노 인근에 많지 않습니까?" "최근 수도권이나 광역시에 전당포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거기에 물건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한 금융권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나온 얘기다. 처음에는 그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은행도 있고, 플랫폼도 널리 퍼진 시대에 전당포라니. 혁신과 트렌드를 주도하는 청년층이 전당포에서 자금을 끌어쓰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펴본 결과, 전당포는 최근 때아닌 '황금기'를 누리고 있다. 팍팍해진 경제 상황에서 단기 고용, 일회성 소득에 익숙해진 청년층이 전당포에서 자신의 물건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 결코 긍정적이라 할 수 없는 청년층 금융 세태의 현주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에 '전당포'로 등록된 게시글 다섯 건 가운데 두 건은 전당포 대출에 대한 문의와 온라인 대출에 필요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글이 올랐다.
포털 사이트에서 관련 게시글이 고작 다섯 건에 그친다는 점에서 중요도는 떨어져보일 수 있지만, 대출 전 알아야 할 노하우를 전수하는 글이 있다는 점에서 생각 이상으로 전당포를 찾는 소비자는 적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전당포는 물건(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빌려주는 금융업체를 의미한다. 특성상 제도권 금융보다는 개인이 창업해 사업하는 사금융에 가깝다. 전당포는 동산에 대한 가치를 토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업에 가깝다.
전당포는 사업 특성상 부정적 인지도에 시달리게 된다. 일례로 강원도 정선에 소재한 '강원랜드' 인근 전당포에는 도박에 재산을 탕진한 이들이 맡긴 명품시계나 외제차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으로 사회적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전당포의 인지도나 이미지는 청년층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젊은 사람들이 전당포를 찾는 것은 돈을 구하기 위해서다. 자신의 물건을 맡기고 돈을 빌려가는 세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당포는 상대가 누구든 가져온 동산의 가치를 평가해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한다"며 "기한이 지나서도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담보물을 전당포가 가져가는 방식으로 대출 절차가 완료되기 때문에 상환의 부담이 적다는 점에 청년층의 주목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견 최근 사채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고려하면 훨씬 건강한 금융습관처럼 보이기는 한다. 개인정보나 기타 등등을 탈취당할 염려 없이 담보 가치로 대출을 받아 전당포와 채무자의 부담이 적은 점이 긍정적인 부분으로 간주된다.
다만 전당포로의 금융의존 심화는 긍정적이지 않다. 우선 전당포에서 제공하는 자금은 동산 가치보다 상한선이 훨씬 낮다. 전당포는 채무자가 가져오는 동산의 가치 하락 등 리스크를 측정해 자금 공급 상한선을 책정하는 탓이다.
실제 전당포를 창업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 중 하나가 '감정능력'이다. 동산의 가치를 감정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변하는 동산의 가치도 함께 감정해 자금을 내준다. 채무자는 가치보다 훨씬 낮은 자금을 들고 갈 수밖에 없다.
최근 청년층은 전당포를 이용할 때 주로 맡기는 담보는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소형 IT 제품을 주로 맡긴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은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급락하는 담보로 '소액 급전'을 빌릴 때 활용하는 것이다. 전당포가 현재 생각 외의 황금기를 맞은 이유기도 하다.
금융권은 이같은 청년층의 행보가 급전 마련에 치중돼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소득으로 투자와 대출을 진행하지 못하고, 당장의 급전 확보를 위해 전당포를 찾는 청년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는 청년층의 고용 부진과 맞물려 있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 11일 5월 고용동향에서 15~29세 청년층 취업자가 전년대비 15만명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고령층 취업자는 늘어나면서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안정적인 일자리 대신 일시적인 소득으로 생계 불안정의 위기에 빠진 청년층이 전당포의 문을 두드려 자금을 구하는 좋지 않은 금융습관이 점차 청년층에게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자칫 제도적 금융보다 사금융에 의존하는 금융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당포업은 원래 불경기인 시기 창업과 활동이 늘어나는 업종"이라며 "청년층은 제도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높은 신용점수를 구축한 경우가 드문 탓에 사채를 빌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