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3년만의 정권 교체
전세살이 부부·프리랜서 청년도 돌아섰다
제21대 대통령 임기가 4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은 지 3년만의 정권 교체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지난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8년만의 최고 투표율인 79.4%를 기록하며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총 1728만7513표, 49.42%를 얻으며 역대 대선 최다 득표로 바야하로 '이재명 시대'를 열었다.
높은 투표율과 정권 교체의 한가운데엔 조용히 방향을 튼 유권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30대 유권자들의 변화가 눈에 띈다.
과거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당의 색보다 삶의 조건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전세살이 중인 대기업 직장인 이준혁 씨(35)는 "아이 낳기 전엔 집부터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주거 안정을 이유로 선택을 바꿨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주말엔 영상 편집 프리랜서로 일하는 정우철 씨(39)도 "세금은 똑같이 내는데 보호는 없었다"며 노동·세금 정책을 보고 처음으로 진보 성향 후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정치색에 대해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그들이 공통으로 말한 건 '지금 나의 삶을 개선해줄 수 있느냐'였다. '정치가 삶을 바꿀 수 있느냐'는 질문 앞에서 30대 유권자들은 정권보다 생존을 택했다.


이준혁씨는 올해로 결혼 2년차다. 직장에선 전략기획팀 대리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지만 주거만큼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그는 지금도 전셋집 보증금 2억원에 기대고 있고 최근엔 전세사기 뉴스만 봐도 잠을 설친다고 했다.
"대기업 다닌다고 전세 문제에서 자유로운 거 아니에요.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커녕 당장 이사 걱정부터 해야 하거든요"
이번 대선에서 이 씨는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인 이재명을 선택했다. 과거에는 국민의힘에 표를 줬지만 이번엔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현실적인 정책에 더 가까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가 기대를 걸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거 공약에는 △고품질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청년 맞춤형 공공분양 확대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주거 지원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씨는 "지금처럼 전셋집 전전하며 불안에 떠는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공공분양이 하루빨리 현실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 부천에 사는 정우철(39) 씨는 중소기업 IT기획팀에서 일하면서 주말엔 영상 편집 프리랜서로 일한다. 부업을 시작한 지는 3년째. 하지만 그가 감당해야 하는 건 '불합리한 노동'이다.
"일이야 많죠. 근데 프리랜서는 월급보다 세금계산이 더 힘들어요. 소득 구간 올라가면 세율이 확 뛰기도 하고 근무 시간에 맞춰 제대로 된 임금을 받기도 힘들어요"
그도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정 씨가 기대를 거는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 공약은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를 목표로 한다. 주요 내용은 △포괄임금제 금지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도입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보호 강화 △산업별 단체협약 촉진 △주 4.5일제 점진 도입 등이다.
정 씨는 "거창한 복지를 원하는 게 아니라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며 "이번엔 정말 그런 사회가 가능할지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삶이 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삶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그 가능성에 한 표를 건 유권자들의 선택은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제 정치가 응답할 차례다. '진영'이 아닌 '조건'을 보고 표를 던진 이들의 현실이 나아질 수 있도록 공약은 정책이 되고 정책은 체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정권 교체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