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영화만으론 부족해
극장 위기의 시대, '경험'이 답이다
OTT 서비스 성장과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위기를 맞은 산업이 있다. 바로 멀티플렉스 산업이다. 관객 수 감소와 지속적인 매출 하락 속에서 극장들은 단순히 영화 상영을 넘어선 '경험' 중심의 전략을 돌파구로 모색하는 모양새다.
지난 몇 년간 영화관은 단순한 상영 시설을 넘어 공간 자체의 의미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팬데믹을 계기로 가속화된 관람 방식의 다변화와 OTT의 확산, 관객의 취향 변화는 전통적인 멀티플렉스 모델의 기반을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멀티플렉스 3사(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상영관 수를 줄이거나 일부 지점을 철수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극장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은 더이상 낯선 담론이 아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문을 닫은 극장은 16곳으로 집계됐다. 오랜 역사를 자랑한 대한극장 역시 지난해 발자취를 감췄다. 상영관이 가장 많은 CGV의 경우 지난달 4개 지점의 폐관을 결정하고 코로나19 이후 두번째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CGV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9579억원, 영업이익은 759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27%, 55% 올랐지만 실적 개선은 동남아시아 지점들에서 주효했다. 국내만 따지면 영업손실 76억원에 달한다.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 역시 표면적으로 보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롯데시네마의 지난해 매출액은 3598억원이며 영업이익 163억원이다. 그러나 흑자전환 원인은 베트남 법인의 실적 개선과 인건비 감축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3사 중 가장 상영관 규모가 적은 메가박스는 지난해 영업손실 13억원으로 아직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멀티플렉스들의 부진은 박스오피스를 책임지는 텐트폴 영화의 부재는 물론 중간 규모의 국내 영화들도 수익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상영작 자체의 매력도가 하락한 탓이 클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관객은 '굳이' 극장을 찾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연도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티빙, 왓챠 등의 구독형 OTT 이용률은 지난 2017년 36.2%에서 2024년 79%로 급등했다. 반면 지난해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수는 약 1억23000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2600만명과 비교해 절반이 줄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극장들은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선 '경험' 중심의 전략으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그 중 하나는 CGV의 '템퍼시네마'다.
템퍼시네마는 덴마크 프리미엄 매트리스 브랜드 템퍼와 협업해 침대형 좌석을 도입한 세계 최초의 영화관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2024년 기준 템퍼시네마는 전국 6개 지점에서 총 214석을 운영중이다. 지난해 연간 관램객수는 10만4000명에 달한다.
실제로 방문해 본 용산아이파크몰점 템퍼시네마는 '프로(Pro) 매트리스'가 도입되어 있었다. 덕분에 누워서 장시간 영화를 감상해도 허리 아픔이나 엉덩이 저림 등이 없었다. 데이트거나 식사 전이라면 영화 시작 후 1시간 까지 'DINE in CINEMA' 식당에 간편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었다. 마련된 메뉴는 △뉴욕 치즈 핫도그 플레터 △치킨&슈림프 플래터 △안심 찹스테이크 플래터 등이었으며 △와인 △맥주 △하이볼 등의 주류도 선택가능했다. 셰프가 직접 만든 음식은 직원이 자리까지 서빙해 편안한 자세로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템퍼시네마는 유럽내에서도 성공적이란 평이나 텀퍼 유럽 관계자들이 방한시 꼭 방문하는 코스 중 하나 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에는 템퍼코리아와 CGV가 예비부부를 위한 체험 이벤트를 진행해 마케팅 외연을 넓히기도 했다. 단순한 관람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을 녹여낸 접근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이다.
CGV 관계자는 "템퍼시네마는 단순한 상영관을 넘어선 '경험 중심 콘텐츠'로 자리매김해 객석률 상승과 CGV 전체 특별관 매출 성과에 기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성과는 단순히 상영 환경을 고급화하는 것을 넘어 '극장은 영화만 보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오감이 만족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