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양심과 비양심 사이,

'양심의 끝'

"양심을 버리고, 한 번 더 버리다 보면 어떻게 될까?"

이미지1

'양심'을 읽고 '양심'을 버린 행동 떠올라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에서 미처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를 엮은 책 '양심'을 발간했다. 

이 책과 관련해 '최재천의 아마존' 제작진인 '팀최마존'은 "최재천 교수가 언급하기 전에는 우리에게 양심이란 단어가 사라졌는지 모르고 살았다"며 "양심이란 단어가 사라진 만큼 우리 사회에 가장 메말라 있는 게 양심이고, 그 목마름에 양심이란 화두가 다시 될 순간이 지금이 아닐까"라고 했다.

책을 읽고 <기자>도 양심에 대한 생각을 해 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하철에서 피곤하다는 이유로 자는 척을 한다던가,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모른척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행동이었다.

그러다 최근 게임을 통해 양심을 내던지는 체험을 했다는 것이 떠올랐다. 

바로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어 신도들을 이끄는 게임, '컬트 오브 더 램'이다.

사이비 종교 교주로 양심을 버리다

게임에서 주인공은 높은 전투 능력 외에도 초능력에 가까운 기술을 가진 '어린 양'이다. 어린 양과 플레이어가 거느리는 신도들은 귀여운 동물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게임의 내용은 그렇지 않다. 신도들의 돈을 억지로 갈취하는 건 물론이고, 플레이어의 종교에 반기를 드는 신도를 감옥에 가두는 등 끔찍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여럿 등장해서다.

<기자>는 처음 게임을 플레이할 때 선한 양심에 따라 '좋은 마을을 만들어 보자'는 다짐을 했다. 배고픈 신도들에게는 맛있는 식사를 제공했고, 마을을 열심히 청소하고, 농장을 꾸렸다. 하지만 게임이 주는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악한 일을 행해야 했다. 추종자 하나를 희생시켜 플레이어의 능력을 올리는 '번제'를 행하라는 미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임 진행을 위해 필수로 수행해야 하는 퀘스트라고 생각했기에 어쩔 수 없이 살아있는 제물을 바쳤다.
이것이 처음으로 양심을 버린 일이었다.

이미지1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번제를 하지 않더라도 내 추종자들이 나이가 들어 자연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직접 마을로 데리고 온 추종자가 세상을 떴다는 것에 처음에는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노화로 사망한 추종자가 하나에서 둘, 셋, 넷으로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무덤 하나에는 하나의 추종자만 묻을 수 있는데, 무덤을 만드는 데 드는 자원과 마을 공간이 영 아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사이비 종교를 주제로 한 만큼, 상당히 끔찍한 해결책도 있다. 바로 추종자 시체를 도축해서 고기로 만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클릭 한 번으로 일어나는 결과가 너무 끔찍했지만,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아무런 느낌이 없어졌다.

이것이 두 번째로 양심을 버린 일이었다.

게임 엔딩을 봤지만 나에게는 아직 버릴 양심이 더 남아 있었다.

첫 번째 플레이에서는 못된 행동을 하더라도 내가 만든 종교의 교리만큼은 보다 도덕적인 것을 택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도들이 식인을 할 때 신앙이 오르는 것 대신, 채식을 하더라도 신앙이 떨어지지 않는 교리를 고르는 식이었다.

때문에 두 번째 플레이에서는 나쁜 선택만 해 봤다. '이미 버린 양심, 두 번 버리면 큰일나나' 싶은 마음과 호기심이 공존했기 때문이다.

양심을 버리고 최악의 선택만을 하다 보니, 신도들은 점차 내 (사이비) 종교에 의문을 갖게 됐다. 교리에 불만을 갖는 반동분자를 하나씩 제거하다 보니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폭군이 되어 있었다.

이미지1

양심과 비양심 사이 '선택의 순간'

이미지1

썩 유쾌하지 못한 결과를 맞은 게임 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최재천 교수의 '양심'으로 돌아가 보자. 최 교수는 책의 서문에서 우리나라에서 방영됐던 '양심 냉장고'라는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야밤에 다른 차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고 쌩쌩 지나갈 때 유일하게 신호를 준수한 장애인 부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게임에서 행한 행동을 '양심 냉장고'에 비교하면, 기자는 신호를 지키지 않는 비양심적인 운전자, 더 나아가 주변에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 위험천만한 운전자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양심 냉장고'에서 빨간불을 무시하고 달리던 운전자들은 어떤 생각이었던 걸까. 어쩌면 그들도 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부터 운전을 엉망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 두 번 신호를 지키지 않으면서 점차 밤거리를 마음대로 달리는 폭주운전자가 됐을 것이다. 마치 게임에서 양심의 가책을 버리고 마을 주민들을 처단하던 기자처럼 말이다.

그러나 기자는 게임을 하면서 중간중간 나쁜 선택을 멈출 수 있는 순간을 봤다. 아마 현실을 살아가면서도 양심을 저버릴 것인지, 지킬 것인지 선택하는 순간이 여럿 올 것이다. 양심을 저버리는 경험은 게임에서 충분히 했으니, 현실에서 만큼은 양심에 충실하고자 다짐한다.

요즈음

양심과 비양심 사이,

'양심의 끝'

김민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