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노트북서 해방되면 이 기분
기자가 도전해본 '디지털 디톡스'
'구슬땀으로 디지털디톡스', 마라톤·풋살에 빠진 MZ세대
'디지털 기기 사용 금지'…'고독·몰입'을 원하는 MZ세대
잠들기 전 필수인 디지털디톡스…"만성피로가 사라진다"
"인생은 모니터 속에서 이뤄질 수 없다.
하루 1시간이라도 휴대폰과 컴퓨터를 끄고 사랑하는 이의 눈을 보며 대화하라"

이러한 현상은 특히 스마트폰의 편리함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뚜렷하게 나타난다.
짧은 영상의 숏폼 콘텐츠와 자극적인 게시글은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켰고, 새벽까지 자극적인 숏폼 영상을 보다 보니 충분한 숙면을 하지 못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에도 일상 생활 속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디지털 중독'이 중요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행히 최근 이러한 문제를 자각하고 '스마트폰 멀리하기'를 하는 MZ세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가 그 것인데, 스마트폰의 피로함 대신 아날로그의 여유로움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자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없이는 일을 할 수 없는 현대인에게 '디지털 디톡스'가 일상이 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전자 기기의 사용을 멈추고 휴식이나 다른 활동을 통해 뇌의 기능을 회복하려는 '디지털 디톡스'가 왜 MZ세대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달고사는 기자도 직접 도전해봤다.
뛰고 공차고⋯ 몸을 움직여서 스마트폰을 멀리하자
지난 1일 오전 8시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지구런' 마라톤 대회. 5000명이 넘는 인파의 함성과 함께 참가자들이 '출발' 소리에 맞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한 이번 행사는 2030대로 보이는 청년들이 눈에 띄게 많이 보였다. 최근에 MZ세대를 중심으로 '디지털 디톡스' 열풍이 불면서 주말임에도 집에서 쉬지 않고 야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지난해 웹툰 작가 기안84 등 유명 연예인들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면서 그 관심도는 더욱 올라갔다.
마라톤 행사에서 미디어 홍보를 담당하는 관계자 A(여·28세)씨는 "MZ세대에게 마라톤은 건강을 위한 투자다"라며 "친구들과 함께 달리면서 좋은 추억도 만들고, 완주 메달도 받아 작은 성취감을 얻으려는 2030대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직접 참가한 10Km 코스에는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코 20, 30대로 보이는 참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MZ세대의 놀이터가 된 마라톤 대회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이며, SNS 상에서 과도한 인간관계 형성으로 피로감에 물든 젊은 세대에게 잠시 동안이라도 '뇌의 휴식'을 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대전에서 온 참가자 B씨는 "마라톤을 뛰고나면 너무 피곤해서 스마트폰을 안보게 된다"며 "달리는 도중엔 걱정과 잡념이 사라져 스트레스 풀기에 정말 좋다"고 말했다.
참가자 B씨의 말처럼 달리는 중간에는 스마트폰을 하는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고통과 뜨거운 햇볕에서 느껴지는 열기 때문인지, 모든 참가자들이 저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마라톤은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심한 숏폼 콘텐츠를 꾸준히 소비하는 MZ세대에게 고통을 인내하는 능력과 체력을 기를 수 있는 대표적인 디지털 디톡스로 자리매김했다.
10Km 참가자 직장인 D(남·47세)씨는 "과거에 마라톤은 돈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이 했던 스포츠인데, 최근에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유입돼 보기 좋다"며 "SNS에 마라톤 완주를 자랑하려고 뛰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과 작은 성취감을 얻기 위해 뛰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 대신 고독을 선택한 MZ들
고독스테이를 아시나요
"이 곳에 머무는 동안 스마트폰, 디지털 기기,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29일에 찾은 고독스테이. 서울 마포구 신촌역 인근에 위치한 이 곳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휴대폰 잠금 케이지가 눈에 띈다.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선 휴대폰을 반납해야 한다. 입구에 배치된 잠금 케이지에 휴대폰을 넣은 후부터 떠나기 전까지 스마트폰, 디지털 기기, 인터넷을 절대 사용할 수 없다.
최근에 이처럼 카페, 도서관, 음식점, 문화 시설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문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디지털 기기를 절제하지 못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MZ세대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몰입과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기자가 찾아간 이곳은 온전히 아날로그 방식(독서, 엽서 쓰기, 명상)으로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정신없는 도심 속에서 디지털 디톡스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대표 A씨는 "스마트폰 없이 나와의 대화에 몰입해 보면 풍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이를 체감하는 것만으로도 디지털 디톡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구를 지나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고독과 몰입'이라는 콘셉트의 공간이 등장한다. 어떠한 디지털 소음도 들리지 않아 독서와 사색으로 채워지는 이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독서 삼매경에 빠진 고객들이 눈에 띄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SNS(유튜브, 인스타그램) 세대인 2030대가 주요 고객층이다.

MZ세대는 SNS 사용에 익숙하고 이를 활용하는데 능숙하지만, 그만큼 짧은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다 보니 독서, 공부와 같이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을 방문한 B씨는 "처음엔 핸드폰이 없어서 불안해 죽을 것 같았다"며 "시간이 지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자 D씨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 낭비되는 시간이 없어서 좋았다"며 "오랜만에 편안하게 숨을 깊이 들이마신 느낌"고 밝혔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점차 증가하고 SNS로 인한 인간관계에 지친 MZ세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도심 속에서 접근하기 쉽고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디지털 디톡스 공간이 이들의 새로운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기자도 해 본 디지털 디톡스
"'온전한 나'를 알 수 있는 시간"

명상을 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 외에도 다양한 디지털 디톡스 방법이 있다.
SNS·OTT·게임 등을 끊고, 아날로그 일기를 작성하는 등이 디지털 디톡스 선배들이 추천한 것들이다. 평소 인스타그램과 릴스에 파묻혀 살고 있는 기자는 '디지털 웰빙 앱'을 활용해 SNS 줄이기에 도전해 보았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 앱의 도움을 받는다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직업 특성상 노트북과 스마트폰과 절연할 수 없는 기자에게는 그나마 현실적인 타협점이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디톡스는 정말 간단한다.
앱에서 자신이 설정한 시간 안으로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된다. 지나치게 SNS를 많이 사용할 경우 자동으로 알람이 떠서 자신의 스마트폰 사용량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어 디톡스 실천 계획을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앱을 활용한 디지털 디톡스는 그 어떠한 방식보다 자신의 의지가 강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앞서 소개한 마라톤, 풋살, 문화 시설 방문처럼 시간과 돈을 들여 반강제적으로 디톡스를 실천하는 것과 달리 앱 디톡스는 그렇지 않기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2일까지 총 4일 동안 기자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면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 지하철, 버스, 엘리베이터, 취침 전 등 평소 스마트폰을 보면서 있었던 공간과 시간대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보니 심심함과 불안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하지만 디지털 디톡스를 3일 정도 실천하면서 겪은 큰 변화는 '수면의 질'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잠들기 전에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SNS를 보는 습관이 있어 늦잠 자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스마트폰을 멀리하니 적정 수면 시간 7시간을 지킬 수 있었고, 수면의 질도 굉장히 좋아져 기상 시에 개운함을 얻었다.

디지털 디톡스 실천의 마지막 날, 짧은 기간이지만 평소보다 스마트폰과 멀어지니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밖에 나가 산책을 해도 이전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맑은 하늘과 주변 환경을 감상하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여유로운 감정도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서 늘 알려주던 타인의 소식과 불필요한 정보 대신 '온전한 나'를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