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치와 폐지

사형제도 어찌하오리까-③

그래서 결론을 위해

필요한 것은

2023년 인권과 사법 분야에서 가장 화두는 '사형제 부활'이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최원종과 관악 등산로 살인사건을 일으킨 최윤종 등 강력범죄자들에게 무기징역 이상의 처벌로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면서다. 사형 대신 '감형없는 무기징역'이 내려진다고 해도 국민혈세가 이러한 흉악범죄자들에게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반면 사람의 생명을 '사람이 만든' 사법 시스템으로 빼앗아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반론도 거세다. 여기에 사형 제도를 통해 행해진 '사법 살인'도 이 논쟁의 저울추를 한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한다. 아시아타임즈는 사형제도를 바라보는 세계 각 나라의 현황과 천부인권, 피해자 권리 등 다양한 사례와 관점을 통해 이 논쟁을 정리했다.

사법살인이라는 어두운 과거과 사형 부활을 외치는 국민 여론 사이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아니, 그전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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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도'라는 미명 하에 국가에게 살인할 권리를 주지 않기 위해, 사형제 존치를 원한다고 말하는 우리 국민의 뜻을 옳게 받아들이기 위해 약 60년 전 벌어진 인민혁명당 사건부터 올해 전국민을 분노케 한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까지 샅샅이 살펴봤다.

법의 비호받는 정부의 살인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인민혁명당 사건. '인혁당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은 1964년과 1974년, 박정희가 집권하던 시절 10년의 공백을 두고 두 차례 벌어졌던 정부의 합법적 고문과 살인 사건이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존재하지도 않은 '인민혁명당'의 당원이라며 41명을 검거하고 16명을 수배했다. 중앙정보부는 이들이 대한민국을 전복하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모인 각계각층의 인사라며 대규모 지하조직 인민혁명당을 조직해 반란을 꾀했다고 주장했다.

붙잡힌 이들은 고문을 받고 징역을 살아야 했다. 1974년에는 서도원·김용원·이수병·우홍선·송상진·여정남·하재완·도예종 등 8인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8인의 사형은 18시간 후 서울구치소에서 집행됐다.

장원찬 당시 담당검사는 "양심상 도저히 기소할 수 없으며 공소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며 기소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으나 중국과 북한 등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에서 정적 제거 혹은 권력 유지를 위해 거슬리는 인사를 죽이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 정치를 두고 흔히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거나 사망한다"고 말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고 했던가. 

사형제가 부활하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을 누가 해줄 수 있을까?

폐지도 쉽지 않다

온 국민이 사형제 부활 외치는 이유

우리나라가 쉽게 사형을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 여론이다. 많은 국민들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소리 높여 주장한다.

지난 2021년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진행한 사형제도 관련 견해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7.3%가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표본집단은 1007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범죄) 예방효과가 반드시 수반되는 사형제도라던가 가석방 없는 무기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난 7일 말했다.

이어 "영구히 격리해야 할 범죄자는 분명히 있다. 10명을 연쇄살인하고 수감된 상태에서 전혀 반성 안하는 그런 사람들이 10년∼20년 뒤에 나와서 다시 (거리를) 활보하는 법치국가는 전 세계에 지금 없다"며 "우리가 형량이 약해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한 누리꾼은 온라인에 "왜 우리나라 법은 가해자를 위해서만 존재하느냐"고 묻는 글을 게시했다. 그리 낯설지 않은 질문이다. 끔찍하고 잔혹한 범죄 기사에는 "사형제를 부활시키라"고 말하는 댓글이 쏟아진다. 그럴 만도 하다. 중범죄에 선고되는 터무니 없이 가벼운 처벌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지난 8월 3일에 일어난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 최원종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를 두고 피해자 유가족들은 "형량을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미국은 지난 2020년 손정우를 기소한 뒤 우리나라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한국 법원은 이를 불허했다. 손정우는 우리나라에서 고작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전 국민을 공분케 한 '솜방망이 처벌'에 국민 여론이 점점 험악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지사다. "감옥 가서 교화돼 나오는 게 아니라 범죄수법 배우고 네트워크 형성해서 나온다", "수감자 대우가 너무 좋아 일부러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간다"는 얘기도 흔하게 들을 수 있다.

최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에 대한 여러 기사도 이에 불을 붙였다. 조두순은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위반하고 무단으로 외출해 40여분 동안 거주지 인근을 배회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자 사람들은 한 번 더 충격에 빠졌다.

사형제 존치? 폐지?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

사형제가 부활하려면 인권, 국제 사회의 비판, 범죄 예방 효과에 대한 의문, 정적 제거 등 사법살인에 대한 우려 등 여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사형제를 폐지하려면 범죄자에게 너그러운 나라에서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는 국민 여론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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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도 존치도 쉽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⁸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 12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사형제 폐지가 마땅하다고 본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범죄가 많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 시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위헌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가 이번에는 위헌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지난 12일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사형제 폐지가 마땅하다고 본다"면서도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범죄가 많이 횡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형제 폐지 시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위헌 심판대에 오른 사형제가 이번에는 위헌 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형에 대한 모든 담론을 짚어봤을 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한 가지다. 바로 사형제를 부활 혹은 폐지했을 때의 부작용을 꼼꼼히 살펴 한쪽을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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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적인 추세는 인권 보호를 근거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길이다. 그럼에도 국민 여론이 사형제 존치로 기울어진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륜을 저버린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사형제를 부활시킬지, 인혁당 사건과 같은 사법살인을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형제를 폐지하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등의 대안으로 범죄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내릴지는 앞으로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존치와 폐지⋯ 사형제도 어찌하오리까-③

그래서 결론을 위해 필요한 것은

최율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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